
민들레 감사하는 마음
W. 우동지러버
'정녕 저에게 꽃을 주시는 겁니까?'
'...예, 도련님.'
'감사합니다! 너무 예뻐요.'
또 같은 꿈이다. 인우는 며칠 동안 같은 꿈을 꾸었다. 어쩐지 이 꿈을 꾸기만 하면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성적으로만 살아온 인우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
꿈에서 깨기만 하면 우니 잠을 자도 지쳤다. 그러나 일상을 망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멍한 상태로 회사에 출근을 했다. 당연히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상하게 꿈에서 본 꽃과 남자가 계속 떠올랐다. 인우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가 계속 보고 싶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사랑인 것 같다.
'많이 본 꽃인데.'
항상 인우가 주던 것은 어디선가 많이 본 꽃이었다. 길 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인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았다.
똑똑-
"....들어오세요."
오늘까지 일을 하지 못하면 인우에게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안, 안녕하세요. 저는 자산운용 3팀 육동식이라고 합니다."
꿈에서 봤던 그 남자가 들어왔다. 순간 인우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꽃이 피듯 머릿속에서 터져 나왔다. 꽃의 이름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민들레, 민들레꽃이었다.
"......"
"이사 님...?"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동식이 한 번 더 말을 걸자 인우는 순간 보고 싶었다고 할 뻔 했다. 인우는 급히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동식 씨? 무슨 일로 이사실에 오셨습니까?"
"아, 저 이번에 저희 팀이 큰 건을 해결해내서요, 혹시 괜찮으시면 회식 같이 가실 수 있으신가 해서..."
인우가 낄 자리는 아니었다. 인우와 친분을 쌓고 싶었던 누군가가 동식에게 시켰을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거절했겠지만 동식이 물어보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갈게요."
*
인우가 회식 자리에 나오자 몇몇 직원들이 달려와 아부를 떨어댔다. 인우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동식은 이런 자리를 즐기지 않는지 구석에서 술만 홀짝이고 있었다. 인우는 동식이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동식을 보면 자꾸 이상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노비인 인우와 양반집 도련님인 동식이 함께 놀고 있었다. 동식은 노비인 인우에게조차 존댓말을 쓰고 있었고, 인우는 매일 동식에게 민들레꽃을 가져다 줬다. 인우는 흔히 생각하는 전생이든 아니든, 꿈에서 먼저 만났으니 꽤 신기하고 중요한 인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빤히 쳐다봐서일까, 동식과 눈이 마주쳤다. 동식의 눈을 볼 때마다 인우는 이상한 장면을 봤다. 동식은 인우를 안고 울고 있었고, 인우는 피를 잔뜩 흘리면서도 동식을 안심시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인우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장면에, 이상한 감정에 부정할 수 없었다.
의심은 조금도 남지 않았고 이번엔 반드시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말을 걸고 싶던 찰나 동식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인우도 동식을 따라 나갔다.
"동식 씨, 이런 자리 별로 안 좋아하나 봐요?"
"아, 네..."
인우는 뜬금없지만 동식에게 꽃이 주고 싶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피어난 작은 민들레가 보여 고개를 숙여 민들레를 꺾었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동식을 가만히 쳐다보던 인우가 꺾은 꽃을 내밀었다.
"갑자기 무슨..."
"만나고 싶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꽃을 받은 동식이 인우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슬픔으로 일그러뜨렸다. '아, 날 기억해냈구나.' 겉으론 티가 나지 않았지만 인우도 슬프고 행복했다.
"고마웠다고, 행복했다고."
"....."
"사랑한다고."
동식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곧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고는 세상 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저도 보고 싶었어요...."
*
인우는 동식 집안의 노비였고, 항상 동식과 같이 있었다. 인우가 봐 온 동식은 여리고 정이 많았다.
동식은 그런 성격 때문에 자주 혼이 났다. 항상 물러 터져 어디에 쓰겠냐는 소리를 들었다. 인우는 울고 있는 동식을 위로해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근처의 민들레꽃을 꺾어 동식에게 건넸다. 동식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꽃을 받아들었다.
'정녕 저에게 꽃을 주시는 겁니까?'
그 미소에 인우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
인우는 동식의 웃음이 좋아서 매일 꽃을 꺾어왔고, 동식은 그 꽃들을 모으고 있었다. 둘은 평생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동네 좋은 집안의 여식이 혼기가 찼다더구나.'
'아버지....!'
동식이 처음으로 화를 냈다. 동식에게 인우 외에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들어줄 리 없었고, 결국 동식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그 아이를 연모하고 있습니다.'
동식의 아버지는 동식의 말을 듣자마자 칼을 뽑아 마당을 쓸고 있던 인우를 베어 버렸다. 동식과 인우의 사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동식은 인우를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그런 동식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너무 아픈 나머지 인우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
그 때에는 그저 당신이 좋아 가져다주었지만 이제부터 줄 꽃들은 조금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해준, 사랑해줄 당신에게 언제나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대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민들레, 감사하는 마음'